[마음 읽기] 다시 읽는 ‘난쏘공’

장강명 소설가
아내가 운영하는 독서모임에서 지난해 말 주제 도서로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을 선정했다. 그래서 책을 두 번째로 읽는데,마음읽기다시읽는난쏘공졸업 포트폴리오 도대체 몇 년 만에 다시 읽는 건가 싶어 계산해 보니 28년 만이었다. 대학 신입생이었던 1994년에 읽었으니까. 당시에도 고전의 반열에 오른 작품이었는데 사실 그때는 초판이 나온 지 16년밖에 되지 않은 시기였다.
책을 다시 읽으며 이게 이런 작품이었나 하고 놀랐다. 기억이 썩 생생한 것은 아니지만 ‘어떤 느낌이었다’ 하는 흐릿한 감상을 품고 있었는데 다시 집어 든 책은 그런 느낌이 아니었다. 분명 그사이 텍스트 밖에서 ‘난쏘공 신화’라는 것이 만들어졌다. 텍스트 대신 그 신화의 흐릿한 메아리가 머릿속에 들어가 있었던 걸까. 다시 접한 난쏘공은 28년 전보다 더 섬뜩하고 더 아름답고 더 슬프고 더 심오하게 다가왔다.
‘난쏘공’이 한때 받았던 비판 중에는 이분법적이라는 것이 있었다. 물론 작품에서 난쟁이-거인, 철거민-투기꾼, 노동자-사용자의 선명한 대비가 보인다.
“이분법적이다” 예전 비판 낯설어
난쟁이-거인 등 시대가 이분법적
세상은 정말 70년대 그대로인가
하지만 ‘사람들은 집단행동에 대해서는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되는 것으로 믿고 있었다’ 같은 문장도 있다. 주민들이 철거반원을 구타해서 앞니를 부러뜨리는 장면에서 나온다. 투기꾼을 처단한 앉은뱅이에게 꼽추는 “내가 무서워하는 것은 자네의 마음야.”라고 말한다. 그런 문장들을 나는 전에 부주의하게 넘겼거나, 아니면 읽은 뒤에 금세 잊었다. 신애, 윤호처럼 중간에서 괴로워하는 인물들도.
1980년대에 이 소설이 받았던 비판 중에는 부당하다 못해 이제는 어이없게 들리는 것도 있다. “노동운동을 감상적 온정주의의 대상으로 만들어 혁명적 전망을 차단한다”는 말마저 있었던 모양이다. 출처는 정확히 모르겠고 민중문학 진영의 평론가가 그런 발언을 했다고 2000년대 기사들에 인용된 것만 보았다. 그 평론가는 문학이 혁명의 도구가 되어야 한다고 여겼나 보다. 작품이 아니라 작품을 둘러싼 환경이 한심하도록 이분법적이었다.
독서모임을 마치고 얼마 뒤 조세희 작가가 세상을 떠났다. 곳곳에 추모의 글이 올라왔는데 ‘우리는 여전히 난쟁이의 시대를 살고 있다, 아직도 세상은 그대로다’라는 식의 내용이 많았다. 인터넷에서 이 책의 독후감을 검색하면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얘기이기도 하다. 그런 관성적인 독법에는 반발심이 일었다. 치열한 작품에 대한 안이한 독서 아닐까. 세 번째로 책을 다시 펼쳐 들었다.
어떤 층위에서는 우리가 여전히 난쟁이의 시대를 살고 있다고 할 수도 있다. “값싼 기계 취급을 받았어, 인간이.” 같은 문장에는 2023년 현재도 펄펄 끓는 힘이 있다. ‘우리의 생활은 전쟁과 같았다. 우리는 그 전쟁에서 날마다 지기만 했다’ 같은 문장은 어떤가. 나는 2020년대 수도권 출퇴근길 지하철이나 광역버스, 혹은 부동산 문제에 대한 감상이 딱 이러하다. “저희들도 난장이랍니다. 서로 몰라서 그렇지, 우리는 한편이에요”라는 대사에 동의하느냐. 당연히 그렇다.
하지만 정말 세상이 그대로일까? 난쟁이는 신애의 집에 수도꼭지를 달아주면서 “임시로 이렇게라도 사십쇼. 물이 잘 나올 세상이 언젠가는 올 걸요”라고 말한다. 동네 아이들은 배가 고파 흙을 주워 먹고 난쟁이의 막내딸 영희는 그 아이들을 보며 생쌀을 먹는다. 난쟁이 옆집에 사는 명희는 좋아하는 남자에게 “배가 고파”라고 웃으며 말한다. 명희가 먹고 싶어 하는 음식은 “사이다, 포도, 라면, 빵, 사과, 계란, 고기, 쌀밥, 김”이다. 그런데 지금 한국인 대부분은 집에 수돗물이 잘 나올지보다는 어떻게 체중을 감량할지를 걱정한다. 누가 뭐래도 이것은 발전이다.
책이 발간된 1970년대와 지금 가장 다른 것은 난쟁이의 세계가 아니라 그 반대편 같다. 전에는 선명하게 보였던 거인이 지금은 어디에 있는지 흐릿하다. 간접 고용, 플랫폼 노동 현장에서는 누가 누구를 착취하는 걸까. 자영업자를 착취하는 사람은 고객인가, 그 자신인가, 경쟁 점포인가, 인터넷 쇼핑몰인가.
몇백 미터 떨어진 대형마트 영업을 규제하면 그 가게가 잘 되는 게 정말 맞나. 서울 강남 주상복합건물 전망 좋은 층에 사는 그 사람, 혹은 반도체나 자동차를 만들어 수출 많이 하는 그 대기업이 거인인가? 그런데 왜들 ‘잘 사는 집에서 자란 아이들이 심성이 곱다’고 말하고 대기업 직원이 되려고 그토록 애를 쓰는 걸까. 거인은 구조 속에 숨은 듯한데, 사회의 문제의식은 안이한 이분법에 머물러 있는 건 아닌지.
장강명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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